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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이야기

멜번의 가을 풍경이 이렇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왠지 집에 있으면 손해를 볼 것 같은 낮 12

어딜 가기엔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린 이 가을을 만끽하고 이익도 볼 일을 찾아 집을 나섰다. 단데농 에메랄드 길을 달리며 색 색깔로 갈아 입었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워버톤을 지나 마운틴 도노비앙에서 위암을 낫게 했다는 신비한 물을 담아 오는 것으로 하루 계획을 잡고 차안엔 물통을 빼곡히 실었다.

30분이면 산과 나무, 희귀한 새들로 정겨운 곳인 마운틴 단데농 에메랄드를 지나니 어느새 가로수들은 색동으로 갈아입고 지나는 이들을 현혹 시켰다. 워버톤까지 질러가는 하이웨이가 있긴 하지만 이 곳으로 돌아 오기를 잘했다고 남편과 난 꿍 짝을 맞추면 좋아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가을의 싱그러운 냄새와 추억을 얘기하면 한 시간 정도 드라이브를 하니 워버턴 이정표가 반갑게 눈에 들어왔다. 이 곳에 오면 의례 들르는 카페가 있어 거기서 좀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카페는 음식 보다는 예쁜 카페로 더 마음에 든다. 산속에 둘러싸인 마을 이랄까? 산을 병풍 삼아 뜰 앞에는 계곡의 물소리.. 오늘은 옆 카페에서 생음악까지…… 정말 날 잘 잡은 것 같다. 우린 피자와 스콘 그리고 라테를 시켜놓고 주위 풍경을 담느라 분주했다.





청둥 오리들도 한가히 참으로 여유로운 오후다.^^


한 시간은 점심을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이제 물 길러 출발해야 했다. 마운틴 도노비앙은 이 곳에서 20분만 산 속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해지기 전에 입구를 닫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만약 이탈리안이나 루마니안들이 와 있다면 한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캬라반 촌도 깨끗하게 잘 되어 있더라구요.


드뎌 목적지 도착.. 웬일로 두 팀밖에 없었다. 역시 루마니아 아저씨가 열심히 물을 담고 있었다. 집에 있는 물통이란 물통은 총 동원했나 보다. 우린 출발 하기 전에 통을 다 씻고 왔는데…… 이 아저씨는 물통을 씻으면서 물을 담으니 언제 끝이 날지 몰라 살짝 화가 나려는데 역시 젊은 사람이 센스있게 (루마니아 아저씨 아들인지 사윈지) 한쪽 수도 꼭지를 내주었다. 우리도 물통 10개에 4주 정도 먹을 양을 담으며 행복해 했다. 언제 와서 먹어봐도 물 맛이 좋고 부드럽다 거기에 건강에 좋다고 하니 금상첨화 아닌가?



돌아오는 차 안은 푸근했다. 하루 2리터 이상 물을 마시는 남편은 차가 묵직하니 좋다며 4주 뒤에 다시 오자고 한다. 돌아 오는 길에 어머님께 들러 한 통 배달해 드리고 다른 건강 식인 도토리 묵을 챙겨왔다. 이 맘 때가 되면 우리 어머님께서는 가족들 건강을 도토리 묵으로 챙기신다. 그러고 보면 우리 가족은 건강을 꽤나 챙기는 가족인가 보다. 오는 길에 동생 에게도 한 통 전해주고 슈퍼에도 들러 싱싱한 무를 샀다. 그리고 집에 들어 오자 마자 무를 잘라 그 물로 동치미를 담가 빨리 익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중이다. 멜번의 가을은 이렇게 익어 간다.